소망 충족 - 아동들의 꿈
소망 충족의 예를 보여주는 꿈들은 이 정도만 거론해도 충분할 것이다. 사실 이런 꿈들은 단순하기 짝이 없는 것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상세히 다룰 가치가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더 단순한 꿈으로는 아동들의 꿈을 들 수 있는데, 성인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아동 심리를 들여다보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고등동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하등동물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이치와 같다.
아동들의 꿈은 단순한 형태의 소망 충족이 주를 이루는데, 성인들의 꿈과는 달리 연구가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아동들의 꿈에는 푸러야 할 수수께끼가 없다. 대신 꿈의 본질이 소망 충족에 있다는 사실을 뚜렷이 증명한다. 나는 내 자녀들이 꾼 꿈에서 그러한 사례를 보여주는 몇 가지 꿈을 수집할 수 있었다.
1896년 여름, 우리 가족은 아우스제 근처의 연덕으로 소풍을 갔다. 나는 아이들에게 날씨만 좋으면 다흐슈타인 산의 멋진 경치는 물로 망원경으로 지모니 산장을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계곡 쪽으로 걸어갔다. 아이들은 계곡의 풍경에 즐거워 했으나 다섯 살짜리 아들 녀석만은 시무룩했다. 그 아이는 새로운 산이 나타날 때마다 저 산이 다흐슈타인이냐고 물었다. 나는 다흐슈타인은 눈앞에 보이는 산 뒤에 있다고 말했다. 이런 질문이 몇 번 반복된 후 녀석은 아예 입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폭포 쪽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는 같이 가려고도 하지 않았다. 나는 녀석이 벌써 지친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녀석은 제법 흐뭇한 표정으로 내게 와 말했다.
"간밤에 우리가 지모니 산장으로 꿈을 꾸었어요."
그제야 비로서 나는 녀석의 마음을 이해했다. 내가 다흐슈타인 산에 대해 얘기했을 때, 녀석은 그 산에 올라가 망원경으로 지모니 산장을 보게 될 거라고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앞의 산과 폭포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깨닫곤 실망했던 것이다. 그런데 꿈이 그것을 보상해주었다.
나는 녀석의 꿈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녀석은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여섯 시간이나 계단을 걸어 올라갔어요."
여덟 살 난 딸아이도 꿈을 꾸었는데, 그 아이 역시 꿈속에서 원하던 것을 얻었다. 아이의 꿈은 이랬다.
"아빠, 에밀이 우리 가족이 되었어요. 에밀은 우리처럼 엄마와 아빠를 자기의 엄마와 아빠처럼 부르면서, 커다란 방에서 우리와 함께 잤어요. 그런데 엄마가 들어와 파란색 종이로 싼 초콜릿을 한 움큼 우리 침대에 넣어주셨어요."
에밀은 열두 살 난 이웃집 소년으로, 이 아이 역시 우리와 함께 소풍을 갔다. 소풍 도중 이 소년의 행동은 매우 의젓해서 딸아이의 호감을 샀던 모양이다. 이 소년이 꿈속에서 가족의 일원으로 등장한 것은 이런 친밀감이 밑바탕이 되었다.
나는 이 소년이, 소풍 도중 아이들이 앞서 가자 엄마와 아빠가 따라올 때까지 기다리자고 한 말을 기억하고 있다. 딸아이의 꿈은 이런 일시적 유대감을 반영한 것이다. 초콜릿 이야기는 처음에 영문을 몰랐으나 아내가 설명해 주어 알았다. 집으로 오는 도중 아이들이 자동판매기 앞에서 초콜릿을 사달라고 졸랐던 모양인데, 아내는 그날 아이들의 요구를 충분히 들어주었다고 생각해 사주지 않았다. 나는 이 작은 소동을 눈치 채지 못했으나 설명을 듣고 나니 비로소 꿈 전체가 이해되었다. 이 꿈 역시 딸아이의 소망 충족에 기여했던 것이다.
우리의 언어 습관만 살펴보아도 '꿈은 소망 충족'이라는 이론의 타당성을 쉽게 알 수 있다. 기대 이상의 일이 생겼을 때 사람들은, '그런 일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거 기쁨에 겨워 소리친다.
꿈은 왜곡돼 나타난다
꿈은 소망 충족에 기여한다. 그렇다면 모든 꿈이 그럴까? 내가 그렇다고 주장하면 반드시 거센 반대에 부딪칠 것이다.
사람들은 꿈이 소망을 충족하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꿈들도 많다고 주장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즐거움보다는 고통과 불만이 꿈에 더 자주 나타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숄츠나 폴켈트 같은 연구가들이 그런 주장을 한다. 사라 위드와 플로렌스 핼럼 같은 여성들은 자신의 꿈을 분석한 통계를 통해 그런 주장을 구체와 하기도 한다.
가령 그들의 통계에 따르면 꿈 가운데 57.2%는 불쾌한 것이고 편안한 꿈은 28.6%에 지나지 않는다. 불쾌한 꿈 이외에 우리를 소름끼치게 하고 가위눌리게 하는 불안한 꿈들도 있다. 우리가 앞서 살펴보았던 아동들의 꿈에서도 실은 그런 꿈들이 많다.
이렇게 거론하다보면 꿈이 소망 충족에 기여한다는 명제는 일반화시킬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니다. 겉으로 드러난 꿈의 외현만 보고 판단하면 소망 충족이라는 이론에 허점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해석을 통해 꿈의 배후를 들여다보면 우리의 이론은 매우 튼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쾌하거나 불안한 꿈 역시 그 배후에는 소망 충족이라는 기본 의도가 숨어 있다.
꿈 - 왜곡의 어처구니없음
앞에서 분석했던 이르마의 꿈을 생각해보자. 이 '이르마의 주사 꿈' 역시 처음에는 소망 충족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였다. 분석을 시도하기 전에는 나 역시 그런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분석 결과 이 꿈이 나의 소망을 충족하는 심리 활동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겉으로 드러나는 꿈은 왜 왜곡돼 나타나는 것일까? 나는 나의 두 번째 꿈 해석을 통해 그것을 해명해보고자 한다.
1897년 봄에 나는 이곳의 대학 교수 두 사람이 나를 객원 교수로 추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말을 듣고 나와 개인적 친분도 없는 사람들이 나는 인정해 준 것 같아 무척 기뻤다. 그러나 다음 순간 이를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이제까지 교육부에서는 이런 제안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데다 나보다 연령이나 업적 면에서 뒤질 게 없는 동료 서너 명이 임명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이 방면에 야심도 없었다. 교수라는 칭호에 연연하지 않아도 될 만큼 지금의 일에 만족하고 있다는 것도 한 이유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가깝게 지내돈 동료 R이 나를 찾아왔다. R 역시 교수 임용에 추천돼 당국의 허락을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그는 나처럼 체념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자신의 일을 진척시키기 위해 이따금 교육부를 찾아가곤 했다. 그날도 R은 교육부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그는 교육부의 관리에게 교수 임명이 늦어지는 이유가 종교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따졌노라면서,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장관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동료의 이런 소식은 체념하고 있던 나의 결심을 더욱 굳혀주었다. 종교적인 문제에서 나도 자유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료가 다녀가 이튿날 새벽, 나는 이 일과 관련해 충분히 주목할 만한 꿈을 꾸었다. 그 꿈의 내용은 이렇다.
꿈속에서 동료 R은 내 삼촌이다. 나는 그에게 깊은 애정을 느낀다. 그의 용모가 변한 듯 보인다. 얼굴을 길쭉해진 것 같고, 턱을 감싸고 있는 누르스름한 수염이 유난히 눈에 띈다.
이 꿈을 꾸고 난 다음, 나는 꿈의 내용이 하도 황당해서 웃어넘겼다. 그러나 꿈은 온종일 나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꿈을 해석하기 시작했다.
'동료 R이 내 삼촌'이라는 것은 무슨 뜻일까? 내게 삼촌이라고는 요제프 삼촌 한 사람뿐이다. 그런데 이 삼촌에게는 우울한 사연이 있다. 이 양반은 30여 년 전에 사업을 하다 법을 어겨 벌을 받았다. 당시 상심해 있던 아버지께선, 요제프 삼촌이 결코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생각이 좀 모자란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따라서 R이 요제프 삼촌으로 변형돼 나타났다면, 나는 R이 삼촌처럼 모자라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이 얼마나 불쾌하고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인가.
아울러 내가 꿈에서 본 얼굴은 길쭉하고 수염이 누르스름한 게 삼촌과 같았다. 하지만 R의 수염은 젊었을 땐 흑발이었으나 지금은 회색빛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꿈속이 얼굴은 R이기도 하고 삼촌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내가 동료 R을 삼촌처럼 생각이 모자라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나는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꿈을 꾸게 된 것일까?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유사성이 있는 것일까? 한 사람은 범법자이지만 한 사람은 전혀 그런 일과는 상관없는 사람이다. 두 사람을 비교한다는 것은 웃음거리밖에 안 된다.
그런데 며칠 전 다른 동료 N과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난다. 그 역시 교수 임용 추천을 받은 사람이었는데, 나 역시 추천받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축하해주었다. 나는 그 축하를 사양했지만 그는 나와 자신은 입장이 다르다며, 자신이 법적으로 고발당한 일이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 법적 논란 때문에 교수 임명이 어려운 자신과 달리 나는 문제가 없으니 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꿈이 의미하는 바를 해석할 수 있다. 꿈은 내가 교수로 임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암시하면서 나를 위무하고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은 생각이 모자란 바보로, 다른 한 사람은 범법자로 묘사하면서 나는 어느 쪽에도 해당되지 않으니 안심하고 기다리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교육부의 관리가 R에게 들려준 소식의 불쾌한 상황에서 나만 용케 빠져나오도록 했던 것이다. 이 꿈은 내 소망이 무엇인지를 넌지시 암시하고 있다.
여기까지 분석하자 내 마음이 적잖이 편치 않다. 나를 위해 두 동료를 왜곡하고 깎아내린 경솔함이 마음에 걸린다. R은 결코 생각이 모자란 사람이 아닐뿐더러 내가 존경하는 동료이기도 하다. 꿈에서 R이 내 삼촌으로 변형돼 나타났을 때 나는 삼촌에게 따뜻한 애정을 느꼈으나 이 또한 실제와는 다르다. 실제의 현실에서 나는 요제프 삼촌에게 한 번도 따뜻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꿈에서는 이러한 감정이 뒤섞여 있다. 어떻게 해서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왜곡이 일어난 것일까?
이 왜곡엔 하나의 심리적 동기가 있다. 꿈에서 내가 삼촌의 가면을 통해 따뜻한 감정을 이입시킨 것은 R에 대한 폄하를 상쇄하고자 한 내 의도와 맞물려 있다. 이 의도가 꿈을 왜곡하고 위장한 것이다.
이토록 소망 충족을 알아볼 수 없게 위장하고 있는 경우엔, 이 소망에 저항하도록 하는 어떤 요인이 있기 마련이다. 이 저항 때문에 소망은 왜곡돼 겉으론 드러나지 않는다. 이러한 사례는 사회생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권력자이고 다른 한 사람은 그런 권력자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경우, 다른 한 사람은 자신의 심리적 활동을 왜곡시키거나 위장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표명하는 타인에 대한 예의범절 역시 그러한 위장에서 자유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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