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같은 연구를 토대로 꿈을 자극하는 데 사소한 자극이란 없으므로 단순한 꿈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아동들이 밤 동안 느끼는 감각적인 짧은 꿈을 제외하면 나는 엄밀한 의미에서 이 결론이 옳다고 생각한다. 꿈은 결코 사소한 것과 관계하지 않는다. 우리는 잠자는 동안 거의 방해받지 않기 때문이다. 얼핏 보아 단순해 보이는 꿈들도 막상 분석을 해보면 교묘하게 왜곡된 것으로 드러난다. 이에 대한 반론이 만만치 않을 것 같지만 이 문제는 우리가 이미 정리한 바 있다.
어린 시절의 꿈 - 잠재적 꿈의 출처
아동기 인상들의 꿈을 판별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출처가 얼마나 빈번한지를 우리는 알지 못한다. 따라서 어떤 꿈이 아동기의 꿈인지를 증명해낼 수 있어야 한다. 증명할 수 있는 조건들이 맞아떨어지는 행복한 경우는 아주 드물지만, 모리가 꾼 한 남자의 이야기는 그러한 확신에 힘을 보태준다.
고향을 떠나온 지 20년 된 한 남자가 어느 날 고향을 방문하기로 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날 밤 이 남자는 꿈을 꾼다. 낯선 마을에서 낯선 남자를 만나 이야기하는 꿈이다. 그런데 꿈에서 깨어난 그가 고향에 도착했을 때, 꿈에서 봤던 그 낯선 마을이 실제로는 이웃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낯선 남자 역시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친구라는 것과 아직 그곳에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사실은 그가 어린 시절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가 꿈에 반영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이다. 이러한 증거를 시사하는 꿈은 또 있다.
내 강의를 듣는 수강생의 꿈인데, 그는 얼마 전 '보모의 침대에 그의 어렸을 적 가정교사가 누워 있는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열한 살 때까지 보모의 침대에서 보모와 함께 잠을 자곤 했노라고 설명했다. 꿈속에서도 그 장소에 대한 기억이 뚜렷했다. 하지만 왜 가정교사가 그 침대에 누워 있었는지 의아해서, 그는 이 꿈 얘기를 자기 형에게 했다. 그러자 형은 웃으며, 꿈이 그랬다면 그것은 사실일 거라고 말했다. 당시 형의 나이는 여섯 살이었기 때문에 전후 사정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보모와 가정교사는 서로 사랑하고 있었는데 밀회의 장소가 마땅치 않자 손위 형에겐 맥주를 먹여 잠들게 하고 보모의 침대에서 사랑을 나눴다. 당시 수강생은 세 살짜리 어린애였던 만큼 방해가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냥 두었다.
어린 시절에 꾸었던 꿈을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반복해 꾸는 꿈도 있다. 어떤 30대의 의사의 꿈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이 의사는 어려서부터 최근까지 누런 사자가 나타나는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얼마나 자주 꾸었는지 사자에 대해 세세히 묘사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사자가 실제로 나타났다. 사기로 만든 장난감 사자였다. 어머니가 그 사자에 대해 설명해주자 그제야 그는 자신의 꿈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사자는 그가 어린 시절 가장 좋아한 장난감이었다는 것이다. 그 자신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이야기였다.
꿈을 분석하다 보면 소망 충족이 어린시절의 체험과 연관돼 있다는 것을 알고는 놀라게 된다.
친구 R이 내 삼촌의 모습을 하고 나타났던 꿈을 다시 분석해보자.
이 꿈에서 나는 '객원 교수'가 되고 싶은 욕심을 은연중 드러냈다. 이러한 명예욕은 어디에서 유래한 것일까? 어렸을 때 심심치 않게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내가 태어났을 떄 어떤 농부의 부인이 어머니에게, 내가 장차 큰 인물이 될 거라는 예언했다고 한다. 그것이 내게 영향을 미쳤을까? 하지만 이런 예언은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다. 기대에 부풀어 자식에게 당신의 미래를 맡기는 어머니들은 많다. 이런 예언이 해가 되는 것도 아니다. 나의 출세욕이 여기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 부분을 해명하기에 좀 더 적합한 예도 있다. 내가 열한두 살 무렵, 부모님이 나를 자주 데려가곤 했던 어느 식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식당엔 약간의 사례를 받고 손님들이 화두를 던지면 즉석에서 시를 지어주는 한 남자가 있었다. 부모님은 내게 그 시인을 데려오도록 했다. 내가 그 시인에게 다가가 용건을 전달하자 그는 그 자리에서 나를 위해 몇 줄의 시를 지어주었는데, 장차 내가 '장관'이 될 거라는 내용이었다. 이 두 번째 예언에서 받은 인상은 너무도 강렬해서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다.
당시는 시민내각의 시대여서 누구나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유대인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었다. 내 꿈으로 돌아가 생각해보면, 나는 꿈을 통해 음울한 현실에서 벗어나 당시의 소망을 충족하려 했던 것 같다. 나는 마치 장관이라도 된 양 나의 두 동료를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깎아내리면서, 한 사람은 바보로 또 한 사람은 범죄자로 취급했다. 장관이 나의 앞길을 가로막자 꿈속에서 내가 그 장관이 되어 힘을 행사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던가.
먼 옛날의 기억에 의해 부쩍 강화되는 꿈속의 소망들도 있다. 나는 오래전부터 로마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이러한 바람을 꿈을 통해 충족하곤 했다.
언젠가의 꿈에서는 기차의 차창을 통해 천사의 다리와 테베레강을 바라보기도 했다. 꿈속의 이 풍경은 전날 한 환자의 살롱에서 본 유명한 동판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 한 번의 꿈에서는 누군가가 나를 언덕 위로 데려가 반쯤 안개에 덮인 로마를 보여주기도 했다. 거리가 아주 멀었는데도 시내가 생생히 보여 놀라웠다. 그리고 다른 꿈에서 나는 로마 시내에 가 있었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도시다운 광경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검은 물이 흐르는 작은 강이 보였을 뿐이다. 강의 한편에는 검은 바위가 있었고 다른 편 초원에는 흰색의 꽃들이 피어 있었다.
나는 거기서 아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에게 다가가 시내로 가는 길을 물어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꿈에서 깨어났다. 나는 꿈속에서나마 로마를 보겠다고 헛된 시도를 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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