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꿈에 대한 해석들은 겉으로 드러난 꿈의 내용, 즉 외현적 꿈의 내용을 문제 삼았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 왔다. 외현적 꿈의 내용이 아니라 잠재적 꿈의 내용을 토대로 꿈을 해석해 왔다. 이에 따라 우리는 새로운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즉 잠재적 꿈과 외현적 꿈의 관계를 탐색하고, 어떤 과정을 통해 잠재적 꿈이 외현적 꿈을 만들어내는지를 추적해야 한다.
꿈의 사고와 꿈의 내용은 하나의 내용을 두 개의 다른 언어로 묘사하는 것과 같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꿈의 내용이 꿈의 사고를 다른 표현 방식으로 옮겨놓은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우리는 원본과 비교하고 번역해 다른 표현 방식의 기호와 결합 법칙을 알아내야 한다. 꿈의 사고는 알아내기만 하면 바로 이해할 수 있다. 꿈의 내용은 마치 상형문자와 같아서 기호 하나하나를 꿈의 사고가 뜻하는 언어로 옮겨놓아야 한다.
여기에서 이 기호들을 기호 간의 관계로 읽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지 않고 기호의 생긴 모양대로만 읽다 보면 길을 잘못 들 수 있다. 가령 복잡한 형태의 그림 퀴즈가 있다고 할 떄, 이 그림을 회화적 구성으로만 판단하면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퀴즈에 나와 있는 그림 하나하나를 각자로서는 의미를 갖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불합리한 오류투성이일 게 뻔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꿈은 매우 무가치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부분과 전체를 꼼꼼하게 살펴 각각의 모습이 뜻하는 의미와 낱말을 보충한다면 꿈이라는 그림 퀴즈를 올바르게 풀 수 있을 것이다.
1. 꿈에서의 압축 작업
꿈의 내용과 꿈의 사고를 비교해보면 엄청나게 큰 규모의 '압축 작업'이 일어난다는 것을 꺠닫게 된다. 꿈의 사고가 지닌 내용의 풍성함에 비해 겉으로 드러난 꿈은 매우 짧고 빈약해 보인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노출된 꿈의 사고를 완벽한 재료로 간주해서 압축의 정도를 과소평가한다. 그러나 꿈을 해석하다 보면 이면에 숨어 있는 새로운 꿈의 사고들을 밝혀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때도 완벽하게 해석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해석에 빈틈이 없어 보일 때조차도 꿈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을 수 있으며, 따라서 꿈에서의 '압축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꿈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많은 심리적 재료의 압축이 일어난다는 이론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령 우리는 밤새 꿈을 꾸지만 깨고 나면 대부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 말이다. 그러니까 단지 우리가 기억하지 못할 뿐, 실제의 꿈은 꿈의 사고가 지닌 양과 비슷할 것이라는 논리다. 이러한 반론이 일리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억해 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꿈을 꾸었다는 느낌이 착각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자주 있다. 게다가 꿈의 작업에서 압축이 일어나는 과정은 망각의 가능성과는 무관하다. 이러한 가정은 기억나는 꿈의 잔재들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불식될 것이다.
실제로 꿈의 많은 부분이 단지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일 뿐이라면 꿈의 사고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압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압축은 '생략'을 통해 일어난다고 봐야 한다. 꿈은 꿈의 사고를 충실하게 번역한 결과도 아니고 올곧게 반영한 결과도 아니다. 그것은 지극히 불완전하고 결함 많은 묘사일 뿐이다. 꿈의 내용이 이렇다면 꿈의 사고에서 취사선택을 결정하는 조건은 무엇일까?
이 점을 해명하기 위해서는 꿈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요소에 주목해야 한다. 꿈의 요소들은 꿈의 사고들에 의해 중복으로 결정될 뿐만 아니라 꿈의 사고들 역시 꿈에서 여러 개의 요소에 의해 표현된다. 그러니까 꿈의 요소와 꿈의 사고는 상호 간섭적이다.
그러나 이 간섭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즉 한 무리의 꿈의 사고가 꿈의 내용을 결정하고 나면 연이어 다른 무리의 꿈의 사고가 꿈의 내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후보자 명단을 놓고 선거하듯이, 전체 꿈의 사고가 어떤 식으로든 가공된 다음 그중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요소들이 꿈의 내용에 들어가게 된다. 꿈에 대해 이러한 관점으로 접근하다 보면 꿈의 요소와 사고 사이에 매번 동일한 원칙이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나의 사례를 통해 이 점을 확인해 보자. 이 사례는 폐소공포증 때문에 치료받고 있는 어느 남성 환자의 꿈인데, 꿈의 내용과 꿈의 사고가 교묘하게 뒤엉켜 있다.
환자인 그는 많은 사람과 마차를 타고 X 거기로 간다. 그곳에는 작은 식당이 있다. 식당 안에서는 연극이 상연된다. 그는 관객이 되기도 하고 배우가 되기도 한다. 연극이 끝나고 시내로 갈 때는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배우 중의 일부는 1층으로, 나머지는 2층으로 가라는 지식을 받는다.
그때 싸움이 일어난다. 위층 사람들은 아래층 사람들이 준비가 안 돼 있어 내려갈 수 없노라고 화를 낸다. 그의 형은 위층에 있고 그는 아래층에 있다. 그는 형에게 독촉하지 말라며 화를 내지만 이 부분은 불확실하다. 그런데 사실은 그가 도착했을 때부터 이미 아래층으로 갈 사람과 위층으로 갈 사람은 결정되어 있다.
식당에서 나온 그는 X 거리에서 시내로 가는 언덕을 혼자 올라간다. 올라가는 것이 너무 힘들어 좀처럼 그곳을 벗어날 수가 없다. 그때 나이 든 신사가 그와 같이 걸으면서 이탈리아의 왕을 비난한다. 언덕 끝에 이르자 걷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이 꿈을 해석해 보면 이렇다. 언덕을 올라가는 것이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가서 수월해졌다는 것은 알퐁스 도데가 쓴 '사포(Sappo)'의 첫 부분을 생각나게 한다. 이 소설의 첫 부분에 보면 한 젊은이가 애인을 안고 층계를 올라가는 장면이 나온다. 팔에 안은 애인의 몸은 처음에는 가볍지만 올라갈수록 무겁게 느껴진다. 이 장면은 신분이 낮고 과거가 불확실한 처녀를 진지하게 사랑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이 환자가 얼마 전 교제하고 있던 여배우와 헤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 소설과는 반대로, 언덕을 오르는 길이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수월해진다는 설정 역시 이 경우에 대한 상징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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