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꿈에 대한 옛사람들의 생각
나는 모든 꿈을 해석할 수 있는 심리학적 기술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이 기술을 적용하면, 꿈이 낮 동안의 정신 활동과 관련돼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정체 모호한 꿈들 역시 그 실체를 밝힐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심리적 요소들이 작용하는지 또한 추론할 수 있다고 본다.
우선 나는 꿈에 관한 기왕의 연구 성과들에 대해 개괄하고자 한다. 사실 꿈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수천 년에 걸쳐 이루어져 왔지만 그 성과는 미미한 편이다. 꿈의 본질을 파헤쳐 그 수수께끼를 학문적으로 규명한 전례는 아예 없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전문가들이 아닌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 주제에 관한 한 그 수준은 더욱 떨어진다.
그러나 학문적 성과의 미흡하지만 꿈은 인간에게 매우 흥미로운 주제이다. 예로부터 꿈은 인간의 세계관이나 영혼관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고대인들의 꿈에 대한 견해는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여러 민족에게 초월적인 세계 인식의 길을 터주었던 것이 짐작된다.
꿈은 신과 악령들의 계시를 나타내는 어떤 것이라는 믿음을 주었으며 인간의 미래를 알게 해주는 예시적 기능까지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꿈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수준이 워낙 천차만별이어서 통합된 견해를 갖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고대 철학자들의 꿈에 대한 판단은 곧 점술에 대한 판단으로 귀결되곤 한다.
2. 아리스토텔레스의 글 두 편에서 꿈은 심리학의 대상으로 등장한다.
그는 자연을 신성과 무관한 악령이 지배하는 어떤 것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꿈 역시 악령이 지배하는 어떤 것으로서 인간의 심리 활동과 관계된다고 보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러한 꿈의 특질 가운데 일부를 알고 있었다.
예를 들어 꿈은 잠자는 동안 받는 신체상의 자극을 확대하여 해석한다고 보았다. 손발을 따뜻하게 하고 자면 불 속을 걷고 있거나 온 몸이 뜨거운 꿈을 꾸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감지하지 못했던 신체상의 변화를 꿈을 통해 알 수 있다는 믿음을 주어 환자의 초기 치료에 응용할 수 있다는 추론을 낳게 했다.
익히 아는 바처럼 아리스토텔레스 이전의 고대인들은 꿈을 신의 계시로 여겼다. 인간의 정신 활동과 무관한 신의 계시가 꿈이라는 이러한 인식은, 그것을 해석하는 데 상반된 경향을 낳았다.
미래를 점치게 해주는 예시적 기능으로서의 꿈, 그래서 진실하고 귀중하다고 여긴 꿈과 미혹과 파멸로 이끄는 공허하고 헛된 꿈으로 구분했다. 꿈에 대한 이런 식의 견해엔 '인간의 정신 활동으로서의 꿈'이라는 해석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3. 그루페는 꿈을 두 가지로 분류해, 현재에 반응할 뿐 미래와는 관련이 없다고 보는 꿈과 미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꿈으로 나누었다.
현재에 반응하는 꿈은 다분히 즉물적이다. 그것은 신체의 반응이 그러한 것처럼 정신이 반응하는 꿈이다. 이러한 꿈은 악몽처럼, 마음의 생각이 환상으로 드러난 것과 같아질 뿐이다. 반면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꿈은 예언적이고 예고적이며 상징적이다. 이 이론은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해왔다.
'꿈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하는 과제는 이처럼 꿈에 대한 평가와 관련돼 있다. 흔히 사람들은 꿈에서 어떤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꿈은 이해하기조차 어렵다. 꿈에서 예시적 기운을 알아내기란 더더욱 어렵다. 그런 연유로 사람들은 꿈의 내용을 '의미 있는 어떤 내용'으로 대체하고픈 강렬한 욕망을 느낀다.
학문이 발달하기 이전의 옛사람들이 생각하는 꿈은 그들의 생활관에서 한치도 자유롭지 않았다. 아는 만큼만 느꼈으므로, 아침에 깨어났을 때 받는 인상을 중심으로 꿈을 추측했다. 꿈은 다른 세계에서 온 낯선 것이라는 생각에, 꿈이 자신의 심리적 대응물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꿈에 대한 이러한 믿음이 오늘날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경건주의와 신비주의자들은 논외로 치더라도, 꿈에 대한 초자연적 기원설은 꿈 해석의 불가해성 때문에 종교적 차원에 힘입어 유지되고 있다. 인간의 한계 너머에 있는 초인간적 정신세계가 인간의 삶에 개입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셀링 학파를 비롯한 많은 유파가 이를 추종한 것은 그 옛날 익숙했던 꿈의 신성함이 남긴 영향이다. 꿈의 예언적 기능에 대해서도 이러한 믿음은 아직 남아 있다. 학문적 관점에서라면 설득력이 약하겠지만, 이 문제와 관련해 수집된 자료가 현재로서는 적은데다 있는 자료마저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해 심리학적으로 해명하려는 시도가 난관에 부딪혀 있기 때문이다.
꿈에 관한 학문적 연구를 일목요연하게 서술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부분적으로는 가치 있는 인식이라 할지라도 한 방향으로 집적된 발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연구가 계승돼야 함에도 누군가 새로운 책을 쓸 때마다 같은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은, 연구가들을 중심으로 논의하는 데 한계를 낳게 한다. 따라서 나는 연구가들의 견해를 좇기보다는 주제를 중심으로 논의할 생각이다. 하지만 문헌에 수록된 재료들 또한 수시로 인용할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문헌들이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는 데다 조직적으로 분류된 것도 아니어서 이 책의 관점을 유지하는 선에서 취사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 점 또한 양지해주기를 바란다.
'경제경영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꿈의 목적은 소망 충족에 있다, 꿈의 해석, 프로이트 (0) | 2022.10.03 |
---|---|
꿈의 출처, 내적 감각 자극, 내적 신체 자극, 순수한 심리적 자극 (0) | 2022.10.02 |
꿈의 자극과 출처, 꿈의 해석, 프로이트 (0) | 2022.10.01 |
기억의 밭에서 올라오는 꿈, 꿈의 해석, 프로이트 (0) | 2022.09.30 |
프로이트 꿈의 해석 용어들 정리 (0) | 2022.09.27 |
돈 되는 방구석 1인 창업, 박서인 저 (0) | 2022.09.23 |
1인 기업을 한다는 것, 1인 기업 필독서 (0) | 2022.09.22 |
나는 세포마켓에서 답을 찾았다 윤여진 저 (0) | 2022.09.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