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경영도서

기억의 밭에서 올라오는 꿈, 꿈의 해석, 프로이트

by 핑크조이 2022. 9. 30.
728x90
반응형

꿈에 대한 평가는 연구가들마다 다양하다.

이 별개의 세계여서 잠자는 사람을 데려간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런 사람에게 꿈은 도피처의 구실을 한다. 낮 동안의 삶을 벗어나 우리의 지친 삶을 해방해주는 공간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그때 꿈은 우리의 의식 세계와는 전혀 무관한 세계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니까 그 세계는 일상으로부터 해방된 공간이기도 하고 고립된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다수의 연구가는 꿈과 의식을 분리하지 않는다. 꿈은 의식 활동의 연장이어서 우리의 평상시 생각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 꿈은 우리를 일상으로부터 해방하기보다는 그곳으로 귀착하게 한다. 그래서 우리가 말하거나 행동했던 것을 되풀이하게 만든다. 한마디로 꿈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낮 동안의 자극이나 집념, 열정 따위가 수면 위로 올라온다고 본다.

낮 동안의 체험이 꿈에서 재현된다는 관점이 더 설득력 있다고 보이지만, 꿈과 삶의 이런 관계를 속단하는 것은 성급한 일일 것이다. 이 관계는 보다 주의를 기울여 분석해봐야만 한다. 기억나지 않는 재료들이 꿈에 나타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잠에서 깨어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꿈에 나타났던 내용이 실제 체험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판단될 때가 종종 있다. 설혹 기억의 실마리가 잡힐 것 같은 꿈도 언제 체험한 것인지 가물가물할 때도 있다. 꿈의 출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꿈이 독자적인 생산 활동을 하는 게 아닌가 하고 의아해하게 된다. 그러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새로운 체험을 겪고 나서야 과거의 기억과 함께 꿈의 내용이 이해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꿈은 우리가 모르는 일을 도대체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눈 쌓인 자기 집 마당에서 반쯤 얼어 있는 작은 도마뱀 두 마리가 눈 속에 파묻혀 있는 꿈을 꾸었다. 동물애호가였던 그는 도마뱀을 데려다 따뜻하게 녹인 후, 적당한 자리를 찾아 담장의 작은 구멍 속으로 돌려보냈다. 그런 뒤 벽 틈에 자라고 있던 양치식물의 잎을 몇 장 따서 구멍에 넣어주었다. 도마뱀들이 양치식물을 매우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꿈속에서 델뵈프는 이 식물의 이름이 '아스플레니움 루타 무랄리스'라는 것을 알고 있다. 꿈은 계속돼 잠시 다른 내용이 등장했다가 다시 도마뱀 꿈으로 돌아왔다. 델뵈프는 새로운 도마뱀 두 마리가 나타나 나머지 양치식물의 잎을 먹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눈길을 돌려 멀리 들판을 보니 또 다른 도마뱀 두 마리가 담장의 구멍을 향해 기어 오는 것이 보였다. 도마뱀은 점차로 늘어나, 마침내 온 거리가 도마뱀의 행렬로 뒤덮였다. 도마뱀들은 모두 한 방향을 향해 가고 있었다.

꿈에서 깨어난 델뵈프는 혼란스러웠다. 그는 라틴어 식물명에 무지했을 뿐만 아니라 '아스플레니움'이라는 이름을 알지도 못했다. 그런데 얼마 후, 그는 이런 이름의 양치식물이 실제로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식 명칭은 '아스플레니움 루타 무라리아'인데 꿈에서는 약간 왜곡돼 나타났다. 이것이 우연의 일치일까? 도저히 그렇게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꿈에서 어떻게 이 이름을 알게 되었는지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었다.

델뵈프가 이 꿈을 꾼 것은 1862년이었다. 그로부터 16년이 흐른 뒤 어느 날, 그는 친구 집을 방문해 우연히 식물표본집을 보게 되었다. 스위스에서 외래 관광객들에게 팔고 있는 기념 책자였다. 이 책자를 본 그는 옛일이 떠올라 표본집을 펼쳐보았다. 거기에는 꿈에 보았던 '아스플레니움'이라는 이름과 함께 라틴어명이 적혀 있었다. 자신의 필체가 분명했다. 그제야 비로소 이해가 갔다.

1860년, 그러니까 그가 도마뱀 꿈을 꾸기 2년 전에 친구의 여동생이 그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오빠에게 선물로 줄 앨범을 가지고 있었고, 델뵈프는 한 식물학자로부터 책자 속에 있는 식물의 이름을 배워가며 식물 표본 하나하나에 라틴어명을 써넣었다.

이러한 우연에 힘입어 델뵈프는 꿈의 내용과 관련해 다른 부분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또 하나 찾아낼 수 있었다. 1877년 어느 날, 삽화가 그려진 낡은 잡지 한 권이 그의 수중에 들어왔다. 그 책자에는 꿈에서 본 것과 같은 도마뱀 행렬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잡지는 1861년에 발행된 것이다. 그가 도마뱀 꿈을 꾼 날로부터 1년 전이었다. 델뵈프는 이 잡지를 창간호부터 정기 구독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곤 비로소 꿈의 전후 맥락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처럼 꿈은 깨어 있을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기억들을 꿈의 재료로 활용하곤 한다.

이러한 초기억적인 꿈들의 예는 사실상 많다. 낮 동안 가물가물하던 단어가 꿈속에서 재현돼 실체를 드러내는 예도 흔하다. 바시드에 의하면 초기억적인 꿈은 꿈을 반복하게 하면서 제 기억을 환기하게 하는 특이한 특성을 보여준다. 가령 이런 꿈도 있다.

어느 날 어떤 사람이 젊은 부인에 관한 꿈을 꾸었는데 인상이 매우 친숙했다. 여러 번 만난 적이 있는 사람 같았다. 하지만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웬일인지 그녀의 실체가 기억나지 않았다. 꿈속에서 보았던 얼굴마저 생생했건만 그녀가 누구인지 알 길이 없었다. 그 후 이 사람은 다시 잠이 들었고 또 꿈을 꾸게 되었다. 이 꿈에서도 역시 그 여인이 나타났다. 꿈속에서 그는 여인에게 말을 걸어, 우리가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지 않으냐고 물어보았다. 여인은 즉시, '물론 만났죠. 포르닉 해변을 생각해 보세요'라고 대답했다. 그는 꿈에서 깨어났고, 그제야 비로소 그녀와 관련된 기억들이 세세하게 드러났다.

 

반응형

댓글